필즈상 받은 허준이 교수, 시인이 되고 싶었던 수학자

허준이 교수가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한국계가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던 허준이 교수는, 수학자라고 해도 평생 하나도 풀기 어려운 수학의 난제를 그동안 11개나 풀었다고 합니다.

 

허준이 교수.MBC 유튜브 캡쳐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누구?

필즈상은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업적을 성취할 것으로 보이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립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니 뛰어난 수학 영재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사실 허준이 교수는 어릴 때는 수학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을 국내에서 다녔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제도권 교육과는 잘 맞지 않았다고 하네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시를 쓰고, 시인이 되겠다며 자퇴했습니다. 허 교수 스스로 중2병이 아니라 고1병을 앓았다고 표현한 시기입니다.

 

이후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치고, 대입 수능을 통해 서울대 물리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수학과가 아닌 물리학과였지만, 수학에 더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3학년 때엔 아예 물리학을 포기하고 수학을 복수 전공하는 바람에 물리학 관련 과목에서는 D, F 학점을 받았고, 이 때문에 학부를 6년 동안 다녔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전공을 수학으로 바꿔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도 최고의 인재만 갈 수 있다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연구원과 스탠퍼드대 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프린스턴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이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 가는 과정

허 교수의 세부 전공은 대수 기하학입니다. 대수 기하학이란 곡선 등 기하학적 대상과 방정식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 때 수학계의 오랜 난제인 '리드 추측'을 이 대수 기하학으로 증명해냈습니다. 경우의 수를 찾는 문제를 도형을 연구하는 대수기하학으로 푼 겁니다. 그는 모두 11개의 수학적 난제를 차례로 해결했습니다.

 

허 교수는 헬싱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개인적으로는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이라며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수학이란 학문을 통해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간다는 말을 자꾸 곱씹게 됩니다. 시인을 꿈꾸던 소년은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었고, 앞으로 더 놀라운 성취를 이루리라 기대합니다. 수학자의 얼굴을 한 인문학자의 탄생을 또한 기다립니다.